‘SPC행복한펀드’는 SPC그룹 임직원들이 매월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면 회사가 매칭 펀드를 조성하는 사회공헌 기금입니다. 2012년부터 ‘푸르메재단’을 통해 총 26억 원을 전달해 약 1700명의 장애 청소년들을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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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존 특기적성 지원 사업을 확대해 올해부터 ‘영재 분야‘가 추가되었습니다.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해 총 11명의 영재들이 지난 5월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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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SPC 매거진은 ‘SPC행복한펀드’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특별한 재능을 보석으로 다듬어가고 있는 장학생들 중 세 명을 직접 만났는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들의 재능은 이미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6월의 반짝이는 순간들,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간문화재가 될 거예요”
김민아, 대전맹학교 4학년, 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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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아이. 민아의 첫인상이었습니다. 2015년생, 초등학교 4학년, 또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어휘로, 음악뿐만 아니라 IT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나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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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 중 ‘이별가’를 들려주는 김민아 학생
민아는 2022년에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에 입문했고 2학년 때는 드럼과 플루트도 배웠다고 합니다. 참고로 세 살 터울 형인 김주아 군도 같은 학교 중등부에서 바이올린에 매진하고 있는데요. 두 형제가 모두 SPC행복한펀드의 지원으로 레슨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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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판소리를 시작하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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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선생님인 애들 이모가, 어느 날 민아에게 얘기한 거예요. 너 판소리 해 보라고. 민아가 목청도 크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니까. 농담으로 지나갔는데, 작년(2024년) 3월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연락을 주신 거예요. 상담 기간도 아닌데 상담을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놀란 마음에 찾아뵈었더니 판소리를 정식으로 시켜보자고 하시는 거예요.”

어머니와 함께 있는 김민아 학생
선생님의 추천으로, 민아는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의 고한돌 선생님에 개인 지도를 받게 됩니다. 고한돌 선생님도 국내 기업 재단의 후원을 받은 판소리 영재 출신. 영재가 가르친 영재는 불과 입문한 지 8개월도 되지 않은 2024년 11월 17일, 제17회 TJB 전국 장애학생 음악 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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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대회에서 원래 전례가 없던 일인데, 그만큼 재능이 있으니 빨리 성장의 기회를 얻으라는 것이 심사위원님들의 메시지였죠.” 김민아 학생의 어머니는 아직도 그 때의 감동이 생생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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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두 명이 예체능으로 진로를 정한다는 건 부모에게 쉽지 않은 길인데요. SPC행복한펀드는 이런 부모님에게도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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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을 넘어, 인간문화재가 꿈이라는 김민아 학생
김민아 학생에게 지금 배우는 소리 한 대목을 부탁했는데요. 어린 소리꾼은 거침없이 바로 시작했습니다. “춘향이가 무색하여 잡었던 손길을 스르르르 놓고…” . <춘향가> 중 <이별가>입니다. 아직은 이 대목에 담긴 내용을 모를 때지만 어린 소리꾼 특유의 청아한 톤이 매력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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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을 넘어서 인간문화재가 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 같은 노래를 들려주는 그런 사람이요.”
“아빠, 엄마, 나 잘 하고 있어요!”
이하린, 한국우진학교, 보치아 BC3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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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재능이란 부모의 자랑이라 말하죠. 하지만 몸이 불편한 아이들의 경우, 부모에게는 아이의 재능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요. 부모의 걱정과 달리, 아이가 혼자서도 목표를 갖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보치아 연습 중인 이하린 학생과 아버지
“하린이가 처음으로 보치아를 접한 건 1학년때였어요. 처음엔 그냥 흥미였는데 주위에서 한 번 선수가 되어보지 않겠느냐고 했죠. 그 때만 해도 설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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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실 아버지의 겸손한 표현이고, 이하린 학생은 현재 보치아계에서 새벽별 같은 존재라 합니다. 2022년에 16회 장애학생전국체전에서 서울대표로 개인전과 2인조에서 금메달, 이듬해 17회 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 그리고 다음 해 18회 대회에서 개인전과 2인조 혼성경기에서 금메달을 수확했죠. 조금 이르지만 국가대표를 꿈꿔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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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로 공 혹은 공굴리기 놀이를 의미하는 보치아는 1970년대에 스위스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스포츠로 발전했습니다. 보치아는 선수의 장애도에 따라 BC1~5로 나뉘는데, BC3은 보조 선수와 도구가 필수적인데요. 보치아는 하얀색 목표 공인 잭볼(Jackball)에 자신의 공을 가깝게 붙이는 쪽이 유리합니다. 한 번에 한 공씩 번갈아 던지고, 매 라운드가 끝나면 잭볼에서 자신의 공이 먼 선수에게 공을 던질 기회가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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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 보치아 훈련을 하는 이하린 학생
“실전에서는 주선수와 보조 선수의 대화가 금지됩니다. 판단과 전략, 실행 등이 모두 하린이의 몫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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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직도 첫 경기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등 뒤에 있는 표적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죠. 경기를 마치고 나서 뒤를 돌아봤을 때, 하린이의 판단과 동작으로 굴러간 공들이 잭볼 주위에 예쁘게 모여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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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들은, ‘내가 없으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을 항상 해요. 그런데 가지런히 모인 공들을 보는 순간 ‘하린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잘 하고 있구나’ 싶었죠.”

보치아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이하린 학생은 공간 지각 능력에 승부욕, 집중력도 갖춘 인재입니다. 또래 아이들의 집중력은 기껏 30분 언저리지만 이하린 학생은 연습 때 2시간도 너끈히 버티죠. 촬영과 인터뷰가 제법 길어지는데도 잘 버텨주었습니다. 칭찬에는 온몸으로 감사와 기쁨을 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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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마비성 뇌성마비를 안고 있지만, 이하린 학생의 인지 능력과 의사소통은 또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뛰어났는데요. 광학기기 기업이 제공하는 아이마우스를 이용해 메신저로 아빠와 소통하는데 어휘의 사용도 자유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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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보조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어머니는 재활치료를 비롯해서 지원 등을 알아보는 일을 전담합니다. ‘SPC행복한펀드’와의 소통도 어머니의 몫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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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린이의 보조선수로서 현장직이라면 아내는 ‘행정실장님’이죠. 하지만 현장에서도 ‘SPC행복한펀드’의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의 그림 세계에 온 여러분 모두 행복하기를 꿈꿔요”
최재용, 용산고 1학년,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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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 작품 중 작품성과 대중적 인지도를 모두 갖춘 작품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와 같은 시각과 상상력이 담겨 있는 작품들인데요. 비단 소재나 색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화면의 구성과 조형 요소 간의 연결과 소통, 확장 등에서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직관력과 상상력이 녹아 있는 작품이 사랑 받는 것이죠.

자신의 그림 세계에서 함께 여행하는 ‘공룡 친구들’과 포즈를 취하는 최재용 학생
서울 정릉의 한 작업실에서 만난 재용이의 그림에는 바로 그런 힘이 있었어요. 가로 160.2cm, 세로 130.3cm의 큰 화폭을 가득 채운 동물 친구들과 밝은 색감. 마치 동물도감을 펼쳐놓은 것처럼 다채로운 모습들이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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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처럼 연출된 구도, 창밖 풍경처럼 구성된 화면들 속에는 사자 ‘크아’와 코끼리 ‘부푸리’라는 캐릭터도 있었어요. 이름도 최재용 학생이 직접 지은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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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모여 있는 게 좋아요. 공룡이든 새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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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동물들의 모습은, 어쩌면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재용군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어요.

캐릭터로 빼곡하게 캔버스를 채운 최재용 학생의 작품들
“재용이는 습득력이 놀라운 학생입니다. 지금 보시는 그림은 앤서니 브라운(영국 동화 작가)의 전시를 보고 와서 영감을 받아 그린 것이기도 해요.” 학생의 지도를 맡고 있는 달팽이작업실 임다솔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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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학생의 미술적 재능은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계발되기 시작했는데요. 여기에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장애청소년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양대학교에서 미술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달팽이 작업실에서 수업을 시작한 지는 6개월째. ‘SPC행복한펀드’를 통해 맺어진 인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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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화폭에 그려왔던 그림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걸 배우고 있어요. ‘SPC행복한펀드’의 지원 덕분이기도 하죠. 특히 재용이의 치밀한 관찰력은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적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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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작업실의 임다솔 선생님(뒤쪽)과 작업하고 있는 최재용 학생
실제로 최재용 학생은 성북천을 자주 찾는 새들을 캐릭터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기도 했습니다. 해오라기, 오리, 왜가리 등의 조류마다 20대 여성, 10대 남학생, 40대 아저씨 등의 인격을 부여한 캐릭터 설명도 직접 썼지요.

어머니와 함께 있는 최재용 학생
임다솔 선생님은 최재용 학생의 가장 큰 장점으로 “거침없고 겁없이, 본인의 상상한 바를 표현으로 이어나가는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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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재능도 보여요. 이렇게 지속적으로 후원을 받는다면 정말 자신만의 세계관을 담은 일러스트를 선보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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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색을 화폭에 칠해 넣을 때, 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화세상이나 만화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요.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제 그림을 본 다른 사람들도요. 앞으로도 제 그림을 보면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시길 바라요. 그게 제가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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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서로 다른 재능을 품은 세 아이는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SPC행복한펀드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장애를 극복하고 본인이 가진 가능성을 움트게 하는 시작점이자 든든한 디딤돌이 되고 있었어요. 앞으로도 SPC매거진은 자신의 꿈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가는 이들의 여정을 응원하며, 그 따뜻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