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으로 사랑을 전하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초콜릿일까요? 연인만큼 달콤해서? 고대로부터 전해진 사랑의 묘약이라서?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은 미국, 유럽보다 주로 한국, 일본에서 유행합니다. 흔히 상업적으로 퍼진 풍속이라고 하는데 물론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 배경은 초콜릿에 대한 환상적 이미지, 초콜릿의 특별한 역사와 그 속에 담긴 환타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나무의 학명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나무의 학명은 테오브로마(theobroma), 고대 그리스어로 신(theos)의 음식(broma)이라는 뜻이다

 

초콜릿은 역사 이래로 특별했습니다. 신의 음식이었기 때문인데요. 이름부터 그렇습니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나무의 학명은 테오브로마(theobroma)입니다. 고대 그리스어로 신(theos)의 음식(broma)이라는 뜻입니다. 유럽 학자의 작명이지만 원산지인 남미 원주민들, 그리고 유럽에 전해졌을 때 사람들이 초콜릿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초콜릿의 의미도 뜻밖입니다. 마야 원주민 언어로 쓴맛의 음료라는 뜻입니다. 고대 초콜릿은 마시는 음료였고 아직 설탕이 섞이지 않아 쓴맛이 강했습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처럼 초콜릿을 먹으면 육체적인 힘, 사랑의 힘이 생긴다고 믿었습니다. 카페인을 비롯한 초콜릿의 여러 성분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마야 문명에서 초콜릿은 신의 음료였기에 특별한 사람만 마실 수 있었습니다. 신을 대리해 나라를 다스리는 마야나 아즈텍의 왕과 지배계층이 마시는 음료였고 전쟁에 나가는 전사의 음료였으며 산채로 신에게 바치는 제물에 제공하는 음료였습니다. 그렇기에 초콜릿은 엄청난 가치를 지녔습니다. 카카오 열매는 화폐 대신 쓰였고 노예 한 명의 가격이 카카오 열매 100알이었을 정도로 가치가 대단했습니다. 이런 남미의 초콜릿이 16세기 유럽에 전해졌습니다. 신의 음료였던 초콜릿이 유럽에서는 귀한 디저트로 변했고 사교의 수단이 됐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초콜릿이 환영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마야 원주민은 카카오 분말에 고춧가루와 향신료를 풀어 거품을 잔뜩 내서 마셨습니다. 쓰고 맵고 얼큰하며 자극적인 흥분제였습니다. 그러니 처음 마셔 본 유럽인은 기겁하며 사람이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고 배척했습니다.

 

고춧가루 핫초코

카카오 가루에 고춧가루 대신 사탕수수 물을 타 마시며 궁중과 귀족사회를 중심으로 유럽에 퍼졌다

 

초콜릿의 진가를 발견한 것은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5세였습니다. 카카오 가루에 고춧가루 대신 사탕수수 물을 타 마시니 달콤하고 신기한 맛이 나 궁중과 귀족사회를 중심으로 유럽에 퍼졌습니다. 17세기 유럽에서 초콜릿은 고급 음료였습니다. 원료인 카카오도 비쌌지만 설탕도 비싸 귀족과 부자만 마실 수 있었습니다. 커피와는 달리 귀부인 중심으로 유행했는데 당시 유럽 커피하우스는 남성 전용 사교클럽이었기에 커피는 신사의 음료, 초콜릿은 상대적으로 귀부인의 음료로 여겼습니다. 이런 초콜릿이 어떻게 사랑의 상징, 밸런타인데이 선물이 됐었을까? 초콜릿에 대한 환상, 사치품에 대한 동경, 그리고 초콜릿 회사의 마케팅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키며 생겨난 결과입니다. 마야문명에서는 신의 음식, 유럽에서는 상류층의 최고 디저트, 사랑의 음료 등등의 이미지였으니 연인한테 선물하기에 딱 좋았고 덧붙여 시대 상황과도 맞물렸습니다.

 
초콜릿 이미지

사람들이 초콜릿을 선물로 주고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영국에서부터였다

 

사람들이 초콜릿을 선물로 주고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영국에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로 지구상에서 해가 지지 않은 나라 소리를 들을 만큼 국력이 강하고 풍요로웠을 때로 나라 안은 사랑이 넘치는 시대였습니다. 그런 만큼 특별한 때가 되면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유행했습니다. 이 무렵 액체 대신 처음으로 지금 같은 고체 초콜릿이 나오면서 선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때맞춰 큐피드가 그려진 하트 모양 초콜릿 상자가 신제품으로 나와 대박 히트상품이 됐습니다. 초콜릿은 이렇게 사랑의 선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어디서나 초콜릿은 사랑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선물의 의미는 동양과 서양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서양 밸런타인데이는 연인뿐 아니라 가족을 포함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날, 그래서 이들과 카드나 초콜릿 포함 다양한 선물을 주고받는 날입니다. 반면 우리와 일본은 특별히 연인한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여깁니다. 동서양 풍속차이를 떠나 어쨌거나 특별한 날, 초콜릿 선물 하나로 연인이 됐건 가족이 됐건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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