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제일 먼저 열매 맺어 사랑을 듬뿍 받는 과일이 딸기입니다. 어둡고 무거웠던 겨울에서 벗어나 연둣빛 물들기 시작하는 봄날에 처음 맛보는 과일이기 때문일까요, 맛은 물론 이미지 역시 탐스럽고 상큼하며 싱그럽습니다. 그래서인지 딸기는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때, 몽환적이면서 우아한 분위기의 자리에 어느 과일보다도 자주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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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으로 귀족의 과일이자 사랑의 열매이며 유럽에서는 먼 옛날부터 사랑의 상징이었던 딸기

 

밸런타인데이나 연인의 데이트에 어울리는 초콜릿 입힌 딸기 퐁듀는 딸기와 초콜릿이 모두 사랑의 상징인 만큼 사랑에 사랑을 조합한 느낌입니다. 영화에서도 순백색 크림 위에 탐스럽게 놓인 딸기는 유럽 귀족이나 상류층 연회의 디저트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입니다. 그 때문인지 새하얀 생크림 케이크를 장식하는 과일 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딸기입니다.

 

그런데 사과도 있고 석류도 있고 오렌지와 파인애플 등등 수없이 많은 화사하고 달콤한 과일 중에서 사람들은 왜 특히 딸기를 보며 사랑과 정열을 떠올리고, 고상하며 우아한 귀족적 감성을 느끼는 것일까요? 딸기가 봄에 처음 나오는 과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탐스럽게 잘 익은 딸기는 꿀처럼 달콤한 데다 선명하고 빨간색이 농익은 듯 요염해 보이기 때문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는데 덧붙여 역사적, 문화적 배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딸기가 태생적으로 귀족의 과일이고 사랑의 열매였기 때문이며, 유럽에서 딸기는 먼 옛날부터 사랑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딸기가 먹음직스럽게 빨갛고 탐스러웠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근대 이전 딸기는 지금 우리가 먹는 딸기와는 달리 야생 딸기, 산딸기가 전부였기에 지금처럼 크고 빨갛고 탐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딸기를 사랑의 여신, 비너스의 열매라고 했는데 생김새나 달콤함 때문이 아니라 딸기가 장미과 작물이기에 그 연장선에서 사랑의 징표가 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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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딸기를 식물학자들이 앞다퉈 개량한 것이 현재의 딸기이다

 

딸기는 또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열매였습니다. 많은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이미지는 아직까지도 민속에 남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첫날밤을 보낸 신혼부부가 이튿날 아침 딸기를 사우어 크림과 곁들여 먹으면 사랑이 깊어지고 자손도 많이 낳는다고 믿는 풍속이 있는데 역시 앞서 언급한 야생 딸기의 상징, 그리고 지금 먹는 식용 딸기의 역사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비너스의 열매로 불리던 야생 딸기, 산딸기와 달리 지금 우리가 먹는 딸기는 귀족의 열매였습니다. 유럽 왕실 정원에서 두 종류의 야생 딸기를 인공 교배시켜 만들었는데 지금의 딸기가 생겨난 데는 엉뚱하게도 18세기 프랑스 스파이의 활동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루이 14세가 칠레에 파견한 스파이가 식물학자로 변장한 채 간첩 활동을 하다가 현지에서 큼직한 열매를 맺는 야생 딸기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1714년 귀국할 때 칠레 야생 딸기 종자를 가져와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 심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칠레 야생 딸기가 프랑스에서는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이 무렵 유럽 여러 왕실 궁전 정원에는 17세기 북미 버지니아에서 전해진 야생 딸기를 재배하고 있었었습니다. 1765년 베르사유 정원에서 근무하는 식물학자가 이 버지니아 야생 딸기 수술과 칠레 야생 딸기 암술을 교배시켰더니 탐스럽고 커다란 딸기가 열렸습니다. 지금의 식용 딸기가 처음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후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왕실 정원의 식물학자들이 앞다퉈 개량한 것이 현재의 딸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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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유럽 왕실과 귀족의 정원에서 주로 재배해 키웠던 만큼 주로 상류층의 요리와 디저트에 활용된 딸기

 

18세기 말에 새롭게 만들어진 딸기는 처음 유럽 왕실과 귀족의 정원에서 주로 재배해 키웠던 만큼 탐스럽게 열린 빨간 열매 역시 주로 상류층의 요리와 디저트에 활용됐습니다. 그 흔적이 딸기가 들어간 디저트의 이름들입니다. 프랑스 요리 중에 ‘왕후의 딸기’라는 디저트가 있습니다. 크리스탈 유리잔에 담은 달콤한 쌀 케이크에 시럽으로 절인 딸기를 얹은 후 휘핑크림이나 아이스크림을 올려서 먹는 것으로 19세기 나폴레옹 3세 황제의 왕비 유제니를 위해 만들었습니다. 딸기를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가운데 놓고 휘핑크림으로 장식한 디저트의 이름은 황후라는 뜻의 ‘짜리나(Tsarina) 딸기’ 입니다. 1820년 러시아의 짜르 알렉산드르 황제의 요리사로 초빙된 프랑스 쉐프가 황후를 위해 만들었습니다. ‘로마노프(Romanov) 딸기’라는 디저트도 있는데 역시 러시아 왕실 가문의 이름을 따서 만든 딸기 디저트입니다. 이 무렵 딸기가 서민 과일이 아닌 주로 유럽 상류층에서 사랑받는 고급 과일이고 디저트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딸기 혹은 딸기 디저트가 우아하고 고급스런 이미지에 사랑의 아이콘이 된 이유는 봄에 나오는 싱그러운 과일이기도 하지만 왕실 정원에서 키우는 상류사회의 과일이었다는 역사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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