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적으로 로스팅한 원두를 선보이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매장은 2010년을 전후로 획일화된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 문화에 반기를 들고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름부터 특별해 보이는 스페셜티 커피는 대체 무엇이 특별한 걸까. ‘스페셜티 커피’는 특정 커피 종류를 뜻한다기보다 일종의 문화이자 트렌드로 이해하면 쉽다. 흔히 스페셜티 커피의 사전적인 정의로 국제 스페셜티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SCA)의 기준을 든다. SCA에서 자체 테이스팅을 통해 평가한 원두 중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받은 원두를 사용해야만 스페셜티 커피란 명칭을 사용할 자격을 얻는다는 것이다. 원산지 및 생산자가 분명하고 풍미의 특징이 명확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그만큼 품질이 좋은 원두를 쓴 커피를 의미한다. 이렇게 선택받은 원두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원두 중 5~7%밖에 되지 않는다.

스페셜티커피협회(SCA) 테이스팅 평가에서 80점 이상 받은 원두만 자격이 부여되는 스페셜티 커피
하지만 원두만 좋은 걸 사용한다고 해서 진정한 의미의 스페셜티 커피라 부를 수는 없다. 커피 한잔을 만들기 위해선 원재료와 로스팅, 그리고 추출과정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커피의 맛은 한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 내리기 힘들 정도로 복잡 미묘하면서 다양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단순히 쓴맛, 구수한 맛 등으로 한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커피 원두마다 각자 지니고 있는 개성이 있다. 그 개성은 남미와 중미, 아프리카 등 산지별 특징일 수 있고 특정 커피 농가의 농사법이나 세척, 건조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일 수 있다.

원재료와 로스팅, 추출과정 모두 맞아 떨어져야 하는 커피 한잔
이렇게 생산된 커피 원두는 로스팅을 거쳐야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의 형태로 음용할 수 있다. 약하게 볶거나 강하게 볶는 등 볶는 시간에 따라 원두의 풍미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약하게 볶으면 과실이나 꽃향 등 산뜻한 풍미가, 강하게 볶으면 견과류나 초콜릿 등 진한 풍미의 커피를 추출해낼 수 있다. 로스팅을 거쳤다면 추출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추출이나 뜨거운 물줄기를 이용한 드립 추출뿐 아니라 냉침을 이용한 콜드 브루, 진공여과식 추출기구인 사이펀 등 추출 도구나 방식에 따라 최종 결과물의 풍미가 달라진다.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경험과 노하우도 중요하다. 이처럼 커피 한잔은 생산자가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커피 원두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방식으로 로스팅을 하고 그에 맞는 알맞은 추출방식을 거쳐야만 완전해진다. 스페셜티 커피 한잔은 생산자와 로스터, 그리고 바리스타가 만들어내는 한 편의 오케스트라 연주인 셈이다.

약하게 볶거나 강하게 볶는 등 볶는 시간에 따라 풍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커피
역사적으로 커피는 크고 작은 트렌드 변화를 거쳐왔다. 아프리카가 원산인 커피를 산업으로 발전시킨 건 아랍인들이었다. 그들은 커피를 볶은 후 갈아 뜨거운 물에 섞어 가루째 마셨다. 이 같은 방식은 지금도 터키식 커피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유럽인들이 커피를 받아들이게 된 건 17세기부터다. 아랍 점령하에 있던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유럽인을 상대로 커피 장사를 시작한 폴란드인 게오르크 콜쉬츠키(Georg Kolschitzky)는 걸쭉한 터키식 커피가 인기를 얻지 못하자 가루를 여과시킨 커피물에 꿀과 우유를 타서 먹기 좋게 만들었다. 당시 커피 종주국이었던 아랍세계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이른바 비엔나 커피라 불리는 우유를 탄 커피 멜랑쥐(melange)는 이렇게 탄생했다.
한편 빈에서 커피 문화가 안착한 이후 유럽에서 커피는 동양에서 수입해온 홍차와 더불어 정신을 고양시키는 각성제로 인기를 끌었다. 커피 찌꺼기에 영양분이 있다고 믿는 아랍인들과 달리 유럽인들은 차를 마실 때처럼 정수만을 우려내 마시는 침출 방식으로 커피를 마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커피는 상류층의 기호품이었다. 19세기 들어 산업화로 인해 값싸고 대량으로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커피가 등장하면서 커피는 대중 속으로 스며들 수 있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발명되면서 커피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고압으로 추출한 커피는 그 어떤 커피보다 강렬하고 자극적이었고 카페라떼나 카푸치노 등 다양한 베리에이션의 커피가 개발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커피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게 한 에스프레소 머신
커피산업은 현대에 와 거대한 범국가적 산업으로 덩치가 커졌다. 몇몇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원두 가격과 물류가 조정되면서 품질보다는 효율과 경제성 원리에 산업이 움직였다. 누구나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지만 정말로 훌륭한 커피를 마시기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는 한 잔을 마셔도 품질 좋고 맛 좋은 커피를 먹겠다는 열망에서 비롯됐다. 커피 고유의 개성이 사라지고 평범한 맛으로 수렴되는 데 따른 반작용이었던 셈이다.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방법은 와인을 즐기는 방식과도 통한다. 알면 좋지만 그렇다고 몰라도 좋다. 그 개별 특성과 가치를 알아가며 오감과 더불어 머리로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가 하면, 원산지나 제조법, 품종 등을 알지 못해도 단순한 오감적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단지 소비자의 선택 문제인 셈이다. 내가 마시는 이 커피가 어디서 왔고 어떤 특성을 갖고 있으며 그로 인해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 그것은 스페셜티 커피가 줄 수 있는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