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미학이라고 할까요? 겨울이 매력적인 이유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찬바람 잔뜩 맞고 들어왔을 때 마시는 핫 초콜릿 한 잔의 여유가 그런 경우입니다.
초콜릿 음료는 다 좋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으니 조금 단조롭습니다. 커피는 에스프레소 계열은 물론 더치와 아이리시, 비엔나커피까지 종류가 많습니다. 반면 초콜릿 음료는 진한 초콜릿에 우유, 혹은 크림이 대부분이고 차갑고 따뜻한 것 외에는 특별한 구분이 없는 것 같으니 진한 초콜릿은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핫 초콜릿의 종류 또한 커피 못지않게 다양합니다. 나라별로 다양한 초콜릿 음료가 있고 각각의 초콜릿 음료도 독특한 매력과 역사가 있습니다.
고춧가루를 뿌린 핫초코를 즐기는 멕시코
초콜릿 음료는 아즈텍과 마야 문명에서 비롯됐으니 멕시코가 원조입니다. 그러면 지금 멕시코에서는 핫 초콜릿을 어떻게 마실까요? 소주에 고춧가루 타 마신다는 우리 속담처럼 액체 초콜릿에 고추를 타서 마십니다. 고춧가루뿐만 아니라 계피를 비롯한 여러 종류 향신료에 옥수수 전분까지 섞는데 이렇게 하면 기름지고 거친 맛의 핫 초콜릿이 됩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왜 이런 이상한 핫 초콜릿을 마실까요? 이유는 선조인 아즈텍 문명의 조상님들이 그렇게 마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원조의 눈으로 보면 멕시코 스타일이 특이한 게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핫 초콜릿이 이상한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시각에서는 낯설기 그지없는데 핫 초콜릿은 아즈텍 전사들이 전투에 나가기 전, 왕이 제사를 지낼 때, 혹은 귀족들이 밤의 별미로 마셨던 음료였습니다. 지혜와 인내, 열정, 불사조의 용기를 북돋는 자극제고 흥분제였으니 고추를 비롯한 향신료를 잔뜩 풀었을 만합니다. 고대에는 그랬다 쳐도 현대에도 왜 그리 특이하게 마실까 싶지만 역시 이방인이 갖는 편견입니다. 고춧가루 탄 핫 초콜릿의 맛, 상상조차하기 힘들지만 달콤한 첫 맛에 갈수록 알싸해지는 맛이 자극적이어서 은근히 매력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는 핫초코에 다양한 향신료를 추가하고 있다
중남미 원주민이 마시던 핫 초콜릿은 16세기에 스페인에 전해집니다. 당시 스페인 국왕이었던 카를로스 5세가 초콜릿 맛에 빠지면서 스페인 궁중과 귀족들 사이에 퍼졌습니다. 이어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를 거쳐 나중에 프랑스 영국으로 퍼지는데 여기서는 핫 초콜릿을 어떻게 마셨을까요?
초기에 핫 초콜릿이 전파된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남미 원주민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고춧가루 빼고 옥수수 가루 대신 아몬드가루를 넣고 또 설탕과 시나몬, 우리한테는 익숙하지 않은 정향과 육두구, 혹은 자스민을 비롯해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어 마셨습니다.
지금도 남유럽 여러 나라의 핫 초콜릿에 시나몬을 비롯한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입니다. 초콜릿에 양념 뿌리는 것도 아니고 웬 향신료였을까 싶지만 여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가 워낙 쓴 맛이기에 설탕과 향신료로 맛을 순화시키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의학적 배경도 있습니다.
근대 이전 유럽에서는 핫 초콜릿을 찬 음료로 생각했습니다. 물리적으로 찬 게 아니라 성질이 차다는 뜻인데 옛날 우리가 음양론을 기준으로 오이는 성질이 차고 인삼은 따뜻하다고 여긴 것과 비슷합니다. 로마시대 의사 갈레노스의 영향을 받은 이론인데 카카오를 냉기 가득한 식품으로 분류했기에 성질이 따뜻한 향신료를 섞어 중화시키려는 의미였습니다. 괜히 시나몬 뿌리는 게 아닙니다.
왕실 음료로 발달했던 핫 초콜릿
핫 초콜릿은 이후 네덜란드로 넘어가면서 아이리시 커피처럼 럼주나 코냑을 타 마시는 ‘네덜란드 스타일’, 오스트리아에서는 계란 노른자에 산더미 같은 휘핑크림을 얹은 ‘비엔나 스타일’이 나오고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초콜릿과 우유, 설탕 중심의 ‘영국식 핫 초콜릿’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왜 핫 초콜릿이 멕시코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순으로 전해 졌을까요? 왕실 음료로 발달했기 때문으로 이들 나라는 핫 초콜릿이 퍼질 무렵 모두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가 다스렸던 나라들입니다. 왕실 친척들이 나누어 마시다 퍼진 셈입니다. 핫 초콜릿의 역사, 따뜻함에 더해 흥미롭기도 합니다.
겨울을 녹여주는 파스쿠찌와 커피앳웍스의 핫초코 음료
추운 겨울, 따뜻한 핫 초콜릿 한 잔은 얼었던 몸을 따뜻하게 녹여줍니다. 점점 쌀쌀한 날씨가 지속되는 요즘, 달콤한 초콜릿과 향긋한 얼그레이가 만난 파스쿠찌의 논커피(Non-Coffee) 음료 ‘얼그레이 티 초콜릿’과 아이스/핫, 두 종류로 즐길 수 있는 커피앳웍스 ‘몰튼 초콜릿’으로 진한 초콜릿 향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