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새해를 맞을 때 가족이 모여 앉아 동전을 감춰 둔 케이크를 먹는다고 합니다. 이때 동전이 든 케이크 조각을 먹은 사람은 한 해 동안 행운이 깃들어 풍요롭게 지내게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온 가족이 깔깔 웃으며 음식을 나누어 먹고 행운의 주인공을 축하하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신년 혹은 설날 음식을 소개할 때 자주 언급되는 풍속인데요. 몇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유럽의 신년 풍속이라고는 하지만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보다는 주로 그리스를 포함한 발칸반도인 동유럽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새해맞이 풍경입니다.

 
 

새해에 케이크에 동전을 넣는 풍습

동전을 감춰둔 케이크를 먹는 유럽의 신년 풍속

 

새해에 먹는다는 케이크도 우리가 알고 있는 케이크와는 거리가 멉니다. 불가리아에서는 ‘바니차 포카챠'(버터와 밀가루로 얇게 만든 필로 페스츄리 안에 치즈와 채소­­·고기 등을 넣은 포카챠, Bannitza), 그리스는 ‘바실로피타 포카챠'(바질이 들어간 포카챠, Vasilopita), 헝가리는 포카챠 빵 안에 동전을 감춥니다. 빵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오니까 조금 생뚱맞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한편으로는 살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 풍속이지만 케이크라면 모를까 이상한 이름의 빵에 동전을 숨겨 새해 음식으로 먹는다니 어떤 이유에서인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나요?

 

얼핏 먼 나라의 생소한 풍속이고 낯선 빵 이름이지만 그렇다고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동유럽 사람들이 새해에 먹는다는 빵만 해도 그렇습니다. 불가리아의 ‘포카챠니’, 그리스의 ‘보가차니’라고 하는 음식들 사실은 우리도 먹는 빵입니다. 나라마다 이름과 생김새에 살짝 차이가 있지만 원형은 이탈리아의 포카챠(focaccia) 라는 빵입니다.

 
 

쉬림프 토마토 포카챠

얼핏보면 피자와 닮은 꼴인 포카챠(파리바게뜨 ‘쉬림프 토마토 포카챠’)

 

얇은 빵 위에 치즈와 올리브, 새우 소시지 등등을 얹어서 먹습니다. 얼핏 피자와 닮은꼴이지만 피자와는 엄연히 종류가 다른 빵입니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이런 빵은 먹어 본 적 없다 싶으면 가까운 제과점이나 카페에 들려 둘러보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포카챠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 무심코 지나쳤을 수 있습니다.

 

동유럽 여러 나라의 포카챠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국의 언어로 발음하면서 빵 형태가 페스츄리 혹은 카스텔라 등으로 바뀌었을 뿐, 어쨌거나 이 빵의 원형은 이탈리아의 포카챠 그리고 그 기원은 고대 로마의 ‘파니스 포카치우스'(panis focacius)라는 빵입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왜 새해를 맞아 하필 포카챠 종류의 빵에다 동전을 감춰서 먹을까요? 일반 케이크나 아니면 평소 먹는 크루아상 혹은 바게트 내지는 도넛이나 베이글을 먹어도 좋을 텐데 굳이 우리가 설날 떡국 먹듯 포카챠에다 동전을 숨겨 신년 음식으로 먹는 데는 배경이 있습니다.

 
 

화덕에 굽는 포카챠

난로나 화덕에 구운 빵이라는 뜻의 포카챠

 

포카챠의 어원이 되는 파니스 포카치우스라는 빵 이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요. 라틴어로 파니스(panis)는 빵, 포카치우스(focacius)는 난로, 화덕이라는 의미입니다. 옛날 우리나라 부엌의 아궁이처럼 집안의 중심이기에 가정이라는 뜻으로까지 의미가 확장됩니다. 영어 단어 포커스(focus)도 여기서 유래됐습니다.

 

포카챠는 결국 난로, 화덕에 구운 빵이라는 뜻인데요. 동양과 마찬가지로 서양 특히 동유럽 문화에서도 화덕의 불씨를 집안의 풍요를 지키는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동양 풍속에 섣달그믐날이면 집안의 풍요를 기원하며 불씨를 교체하고 부엌 아궁이를 지키는 조왕신께 고사를 지냈던 것처럼 서양도 비슷했습니다. 『동유럽 가정풍속 연구』라는 책에서는 섣달그믐날이면 화덕의 불씨에 와인을 부으며 집안의 수호신에게 가정의 행복과 평화를 비는 풍속이 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새해에 포카챠를 먹는 것 역시 불씨의 상징인 화덕에서 구운 빵이기 때문입니다. 포카챠 속에 동전을 감추는 풍속 또한 우리가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썰고 만두를 은자 모양으로 빚으며 한 해가 풍요롭기를 바라는 것과 닮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을 담아 노래한 시인처럼 새해 음식을 장만하며 포카챠에 한 해의 풍요와 떡국 한 그릇에 사랑과 만두 하나에 포근함을 담은 동서양 어머니 마음 역시 똑같습니다.

 

음식평론가 윤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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