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 식품과 관련된 올바른 정보 제공에 앞장서온 식품공학자 최낙언 씨
‘푸드패디즘’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과학 저술가 ‘마틴 가드너’의 책 「과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변덕과 궤변」에 등장하는 단어인데요. 음식이 사람의 건강과 병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해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장 전형적인 방식은 음식을 ‘나쁨’과 ‘좋음’으로 나누는 것이죠. 최근 식품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을 경고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식품은 양면을 가지고 있고, 적당량을 취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게 핵심인데요. 식품공학자인 최낙언 씨를 만나 이와 식품과 맛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식품 관련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방송이나 언론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제과, 라면 등에 들어가는 첨가물과 MSG의 유해성에 대해 다루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모든 식품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단면만 보고 그것을 확대해서 공포를 조장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관련 정보를 정리해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쓰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인터뷰도 진행했고요. 식문화 관련 자료들을 모아두는 사이트(www.seehint.com)도 운영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식품 관련 궁금증을 검색했을 때 판단을 도와줄 만한 자료들을 제공하고자 해요.
“MSG 자체에 대한 논란보다, 맛의 획일화를 고민해야…”
MSG는 화학적 합성 조미료가 아니라 천연물이에요. 초기에는 다시마에서 추출했고 지금은 사탕수수를 코리네박테리움(Corynebacterium)이라는 발효균으로 발효시켜 생산해요. MSG는 글루탐산나트륨을 말하는데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트륨이 추가되니 천연이 아니다’, ‘음식(단백질)으로 섭취할 때와 글루탐산으로 분해된 상태는 다르다’고 주장해요.
글루탐산은 우리가 먹는 식품 대부분에 들어있는 아미노산이에요. 사실, 글루탐산에 대한 오해는 70년대 MSG 제조사 간의 과도한 경쟁에서 시작됐어요. 똑같은 발효공법을 사용하면서도 한쪽에서는 ‘천연’이라는 단어를 붙여 마치 기존 MSG는 천연이 아닌 것처럼 광고했죠. 이제 MSG를 두고 위험성에 대해 말하는 것의 의미가 없어요. 오히려 MSG의 사용으로 획일화되고 있는 맛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죠.
“GMO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GMO기술이 개발되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농작의 효율을 위해 크고 작은 변형을 시도해왔어요. 옥수수를 예로 들어볼게요. 옥수수는 원래 한 줄에 고작 몇 개의 열매가 맺혔다가 익으면 사방에 튀어 번식하는 종이었어요. 농작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죠. 그러다 익어도 씨앗이 튀어나가지 않는 종으로 개량을 거듭해 이제는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번식조차 하지 못하는 식물이 됐어요. 과일 대부분도 마찬가지예요. 대표적으로, 바나나는 너무 작고 씨가 많아서 뿌리를 캐 먹던 식물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크기는 커지고 씨는 거의 사라졌죠. 인간이 접목으로 만들어낸 공산품인 셈이에요.
GMO의 위험성에 대한 주장으로 ‘외래 유전자가 몸에 들어와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다’는 것인데요. 완전히 잘못된 말이에요. 식재료는 살아있을 때는 생명이지만, 음식이 되면 분자화학 물질일 뿐이에요. 철저히 분자 단위로 해체되고 흡수되죠. 모든 전분은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으로, 유전자는 5가지의 핵산으로 분해돼요. 그리고 이들 분자는 어떤 생명이든 완벽하게 같은 분자에요. 세상에 그 분자를 보고 원래 어떤 생명이 만들어낸 것인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도 기술도 없어요.
*GMO: 유전자 변형 농산물로서 일반적으로 생산량 증대 또는 유통 · 가공상의 편의를 위하여 유전공학기술을 이용, 기존의 육종방법으로는 나타날 수 없는 형질이나 유전자를 지니도록 개발된 농산물.
“식품에 대한 신뢰성 있는 사회시스템의 정립이 필요합니다.”
음식에도 트렌트가 생기고 소위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음식들이 매년 등장하고 있어요. 관심이 많은 만큼 이슈도 끊이지 않죠. 문제는 논란을 제기하는 쪽은 있는데 이를 잠재워줄 만한 권위 있는 정보나 기관이 없다는 거예요. 더 깊이 들어가면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깨져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요즘은 이슈가 생겼을 때 잘못된 정보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많고, 다양한 각도에서 이슈를 바라보려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l 단기 효과를 볼 것이 아니라면 가장 스트레스가 적은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바람직한 다이어트는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이라면 운동보다는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직장인이 하루 3시간씩 운동하면서 다이어트를 하기란 무척 어려우니까요. 특히,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한다는 건 스트레스죠. 당연한 얘기지만, 다이어트에서 제일 중요한 건 먹는 ‘양’이에요. 단순히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양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죠. 쌀과 빵을 다이어트의 적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적당히’ 섭취하는 게 중요해요.
“다이어트 식품? 이미 몸은 진실을 알고 있다.”
다이어트 식품은 우리의 혀는 속일 수 있어도 몸은 속일 수 없어요. 음식은 위를 지나 소장에 도달하면 분해가 일어나는데요. 탄수화물은 포도당이 되고, 지방은 지방산이 되고,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돼요. 혀에서는 음식의 고분자 물질을 느끼지만, 장에서는 분해된 각각의 성분을 총량까지 느낄 수 있죠. 이것이 모든 다이어트 제품이 실패하는 핵심적인 이유에요. 다이어트 제품은 처음 한 번은 먹겠지만 두 번째에는 이미 몸이 진실을 알고 있어요. 먹어봐야 영양분이 없다는 것을 알고, 몸이 무의식적으로 거부하죠. 앞으로 다이어트 제품을 개발하려고 하면 내장의 무의식적 감각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에요.

l 맛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취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정한 맛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전하고 싶어요.”
우리가 음식을 통해 느끼는 것의 실체를 알고 싶었어요. 맛의 보편적인 원칙은 뭐고 그게 왜 즐거운지를 말이죠. 「맛의 원리」를 쓰기 위해 공부하다 보니 혀와 코로 설명할 수 있는 건 20%가 안 되고, 50% 이상이 뇌와 연결돼 있었어요. 뇌과학 분야 책을 많이 찾아봤고, 히트곡의 비밀을 뇌과학과 연결한 책이 인상 깊었죠. 음악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맛의 즐거움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맛에서 중요한 것은 성분보다 ‘리듬’이에요. 요리에서 맛 성분이나 향기 성분은 음악의 도레미파솔라시 또는 악기에 해당할 뿐이고 음악의 진정한 감동은 그것이 적절히 배열된 리듬에서 나와요. 음악에서 긴장과 이완, 기대와 늘어짐, 각성과 해소, 강함과 약함 등이 적절히 배열돼야 즐겁듯이 음식도 이런 리듬이 적절히 배열돼야 즐거울 수 있죠. 그래서 감상자의 능력과 태도가 중요해요. 우리는 맛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하고 음악과 미술을 교육받는 것처럼 맛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을 필요가 있어요.
사진. 전석병



